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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해외 한달 살기에 반대합니다. 일년 삽시다.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는 '응답하라 시리즈'는 한번 시청하게 되면 끝까지 보게 만드는 묘한 끌림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의 낭만, 풋풋한 사랑, 그리고 여물지 않았던 꿈의 기억들이 오버랩(overlap)되면서 전체 시리즈를 밤을 세서 보게 되었지요.

밤을 지새우며 공부나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체력적으로 감히 시작할 엄두도 안 나는데도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면서는 거뜬히 밤을 꼬박 새우고 있으니 정신력의 힘은 놀랍기도 합니다.


요즘 해외에서 한 달간 살아보기가 유행이 된 것 같습니다.

계획적이지도 않고 어쩌면 무작정 떠나며 남기는 현지에서의 감성적인 생활의 단편들은 삶에 찌든 직장인들에겐 부러움을 주기도 하기에 인기글 목록 상위에 올라가기도 합니다.

유명 관광지를 스치듯 지나가는 피상적인 여행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삶을 간접적이나마 체험하고 동화될 수 있는 방식이라 여유만 허락한다면 도전을 사랑하는 청춘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필자가 대학생이던 시절은 해외 어학연수나 배낭여행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대였습니다.

영어 시험은 대세가 토플(TOEFL)이었는데 미국 어학연수 시절 처음 토익(TOEIC)이라는 시험도 있다는 것을 알 정도였습니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웠던 청춘의 시절은 있습니다.

젊음은 허름한 옷을 입고 어떤 행동을 해도 그 자체 만으로도 찬란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아련한 추억 속에 살아있는 20대 시절의 나를 되돌아봅니다.


199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수도인 해리스버그(Harrisburg)에 일 년간 어학연수를 간 경험이 있습니다.

숙소는 차로 20여분 거리였던 쉬펜스버그(Shipensburg)라는 한적한 동네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미국의 전원적인 목가풍의 시골 동네였습니다.

동네 중심에 K마트가 있었는데 주차장 한편에는 아미쉬(Amish)라 불리는 기독교도들을 위한 주차 공간이 따로 있었습니다.

이들은 현재까지도 전통생활을 고수하며 외출을 위해 마차를 몰고 다니기 때문입니다. 



주로 단순한 검은색 계통의 옷만을 입고 남자들은 콧수염을 길렀던 모습이 아직도 인상에 남아 있습니다.  

자동차나 전기·전자제품, 전화, 컴퓨터 등의 현대문명을 거부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종교적 이유로 외부세계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켜 오는 사람들입니다.

다만 맥주는 무척 좋아해서 아미쉬들이 휴가를 가면 맥주 파티를 한다는 애기를 듣고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아미 쉬하면 왠지 모르게 판타지 세계에서 드워프(Dwarf) 종족이 연상되어 미소가 지어지곤 합니다.

그곳 유학생으로 체류하고 계셨던 선배님 가정의 도움으로 방 2개짜리인 허름하지만 저렴한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층에는 흑인 가정이 살고 있었는데 정부에서 지급하는 푸드 쿠폰으로 생활하면서도 SUV급 차량을 타고 다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로 치면 기초 생활 수급자인데 좋은 차를 타고 다니다니 역시 미국은 거지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죠.

미국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일반 시골 동네까지 대중교통이 발달해 있지 않아 사실 차는 생활필수품입니다.

요즘은 생존을 걱정하는 미국의 빈곤층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이었던 당시까지만 해도 개인적으로 경험한 미국인들의 삶은 적어도 먹고사는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었던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장기 체류하는 것은 멋진 추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서 고생하는 경험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여유 자금을 가지고 가거나 누군가 정기적으로 돈을 보내 줄 수 있다면 세상 어디를 가도 천국입니다.

하지만 돈이 없다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말이 가슴에 더 와 닿습니다.

여유 있는 관광객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쳐다보지만 현지에서 살아가는 돈 없는 유학생이나 교포들은 카페를 청소하며 서빙을 해야 합니다.

 

학교 내 카페테리아에는 항상 한국인 유학생들이 거쳐가는 식탁이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외에는 주로 앉아 잡담만을 하는 데도 왜 그렇게 할 말이 많고 재미가 있었던 하지... 지금도 아련하네요.

유학생 외에 한국인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미국인 친구들도 식탁을 방문하는 단골손님입니다.

레이철이라는 예쁜 미국인 아가씨에게 남북 대치 상황을 소개하며 말도 안 되는 영어로 얘기하는데도 웃으며 들어주었던 기억, 식당에서 파는 피자 한 조각을 들고 현지 교포 학생들과 함께 사투리로 떠들던 시간들...


어느 날 문득 수업을 팽개치고 끝이 없어 보이던 오하이오주의 드 넓은 옥수수밭을 가로질러 무작정 나이아가라 폭포를 찾아 떠나던 우리의 젊음은 이제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과 가정을 부양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양 어깨에 걸머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마음이 동할 때 휴식을 위해 무작정 떠나 해외에서 한 달을 살기에는 좀 더 현실적인 가치관들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를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단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죠.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것 중에 하나가 살 집에 대한 임대료입니다.

가능하면 현지에 부동산을 사는 것도 고려할 만한 한 방법이긴 하지만 리스크도 무척 커서 누구에게나 권장할 만한 방법은 절대 아닙니다.


그럼에도 혹시 기회가 있다면 노후를 보내고 싶은 국가나 도시에 별도의 부동산을 보유해 임대료 부담 없이 현지 생활을 즐겨 보는 것도 가능한 대안입니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 하나, 그리고 설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북국의 나라에도 하나... 무인도에도 하나.. 재벌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해외 부동산을 렌트해서 수입을 올리기 위한 간단한 시뮬레이터입니다.

단기 임대와 장기 임대로 나누어 수익을 추정해 보겠습니다.

단기 임대 숙박료를 일 기준 USD 80으로 잡았을 시 월간 30%(9일)가 임대된다고 하면 총수입은  720불(USD 80* 9일)로 예상됩니다.

여기서 전기료, 수도세, 인터넷 등 공과금을 제외하면 약 574달러가 되는데 한국에서 부동산을 관리할 수 없으니 현지에 관리를 대행하면 30%의 수수료를 떼주어야 합니다.(수수료 비율은 계약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며 혹시 현지에 거주하는 친 적 분에게 부탁하면 거의 무료로 할 수도 있겠지요.)

관리 대행업체를 쓴다고 가정할 경우 월 약 402달러, 즉 원화로 40만 원의 수익이 발생하게 됩니다.

연간으로는 약 500만 원이 됩니다.

100% 임대가 된다면 총 8,154달러, 수수료를 제하고도 현재 환율 기준으로 대략 1천만 원 가까운 수입이 됩니다.

하지만 필자가 해보니 현실적으로 30% 임대되기도 어려워 초창기에는 10% 정도가 현실입니다.

해외 리스크와 소통의 어려움 등 감안하면 그냥 한국에 오피스텔이나 원룸 사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훨씬 좋습니다.


하지만 블루마블(지금은 모두의 마블)의 진짜 고수가 되고자 하시는 분들은 도전하십시오.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사실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시궁창 연못 위에도 연꽃이 피어 있음을 항상 잊지 않는다면 언젠간 화창한 그날이 오면 우리는 시궁창을 벗어나 매미가 되어 하늘을 날 수가 있을 것입니다.

(혹시 모기가 되셔도 전 모릅니다..ㅎㅎ)